0807 bye NewZealand.

테카포 호수에서 다시 크라이스트처치로. 별로 멀지 않은 거리인지라, 여유롭게 출발했다.

9일만의 크라이스처치 입성. 첫 날 야경밖에 볼 수 없었던 아쉬움에, 부지런히 돌아다니기로 마음먹는다. 갤러리 앞에 있는 호스텔에 숙소를 잡고 창밖을 바라보니 , 멜번에서 익숙해진 트램스탑이 눈에띈다. 5달동안 지겹도록 타서인지 그다지 타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대충 짐을 풀고 나섰다. 따뜻한 날씨에, 70$ 짜리 싸구려패팅자켓도 잠시 버렸다. 보타닉가든.  놀러 나온건지, 한 떼의 소녀들이 가득하다. 




두 사람이 캔터베리초콜릿공장에서 얻어온 초콜릿으로 잠시 허기를 달랜다.  

말할 것 없이 파란 하늘도, 뉴질랜드의 미래, 녀석들도, 그들의 미래, 당신들도. 따뜻하다, 겨울임에도.


보타닉 가든 맞은편의 갤러리.  장래의 미술선생님의 안내로, 미술관, 박물관을 빼놓지 않고.




한국에선 미술관, 박물관을  찾는 일이 왠지 낯설고 어색했는데, 이 짧은 역사의 이국땅에서는 되려 당연한 것이 된다.   이 나라에서 찾은 한 가지 좋은 습관.




갤러리 안, 와이어 아트(?) . 내부 수리중이라 지붕 아래는 찍기가 민망했다.



숙소와 갤러리 사이. 트램이 다니는 철로와 맞은편의 길의 끝에 자리한 박물과 내가 선 뒤로 쭉 따라가면 다시 대성당이 있는 광장이 나타난다. 도시의 규모와 쾌적함의 측면에선, 호주, 뉴질랜드 도시들 가운데 최고. 어느 곳 하나 버릴 것 없는 알짜배기다.



한 살이 어린데 녀석들은 천진난만하고, 난 왠지 어른처럼 굴었다.



결정적인 순간 밧데리가 떨어진 탓에 잠시 충전을 하겠다고 둘을 먼저 보냈다. 한 시간쯤. 뉴질랜드에서의 홀로 보낼 수 있는 마지막 한 시간이 주어졌다. 그래봐야 대성당까지의 10분 남짓한 거리를 혼자 조금 늦게 걸어갈 뿐이지만.

한 시간뒤에 성당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30분을 걸어갔다.


광장엔 거대한 체스판이 놓여져 있다.  교정니와 턱의 여드름만 빼면 꽤나 훈남이 될 듯한 녀석이 밝게 웃어준다.  뺨의 주름을 곱게 간직한다면 좋은 무기가 되지 않을까.




트램이 다니는 광장 안에서 여유롭다 당신들.


거대한 체스판 앞에 작은 체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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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다시 호주. 25년 가까이 살았던 내나라를 잠시 잊었는지, 호주로 돌아간다는 느낌만으로도 뭔가 편안해진다. 하지만 그보다 큰 아쉬움은 숨길 수가 없다. 아무런 선물도 사지 않으려다, 몇개의 선물로 인사를 준비한다. 각자 한국에 가져갈 꾸러미를 챙기고, 오늘밤을 기념할 와인 두병을 들고 숙소로 향했다. 차분한 공기 속 , 그렇게 놓여져 있는것만으로 행복하다 말할 수 있었던 시간이 끝나간다. 형언할 수 없는 푸름에 꿈같이 둘러싸이고, 금새라도 날 할퀼것만같은 날 것 그대로의 자연에 압도당했던. 그레이마우스 백팩에서의 우울함을 말아피는 담배와 레몬맥주 몇병으로 함께했던 제롬부터 , 앤가드, 피에트로, 말레나, 세진, 나라까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이 땅을, 그저 살짝 흝고 가는 한정된 시간과 이동이 아쉬워진다. 평생에 다시 볼 수 없을것 같은, 당신들의 행복을 조금 담아보며. 마지막 밤, 마지막 사람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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