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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법도 법? 불법도 법!

"불법은 있었지만 무효는 아니다"

29일 미디어법 판결은 이 땅의 '법치' 수준을 여실히 드러냈다. '법치'의 왜곡은, '누구도 법 이외의 것에 의해 지배되지 않는다'는 법의 지배원칙을 무너뜨리면서 시작되었다. '주권자도 법의 지배에 복종해야 한다'는 전제는, 전과14범의 대통령이 선출되면서 부정되었다. '경제 외에는 묻지 말라'는 그의 호소가 도덕과 법의 기준을 가뿐히 넘어선 것이다.

그로부터 법치는 '법을 지키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의 용도로 사용되었다. 29일 헌재는 '법치'의 바탕에 '몰염치'의 색을 입혔다. 수단과 과정이 정당해야 목적이 정당화된다는 도덕률은 무참히 깨졌다. '악법도 법'이라는 불평은 '불법도 법'이라는 현실 앞에 초라해졌다.

서양문화사 <새벽에서 황혼까지>의 저자 자크 바전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는 세 가지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한다. 그것에는 '의사들의 장사꾼화'와 '기자들의 속물화'에 '법관들의 모리배화'가 하나 더 추가된다. 조금 섬뜩하긴 해도 자크 바전이 저서에 남긴 말을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법률가는 더 이상 훌륭한 법률가와 비열한 법률가로 양분되지 않는다. 셰익스피어의 <헨리 6세>에 나오는 "법률가는 모조리 죽여야 한다"는 대사는 이제 관용어로 자리 잡았다"

"위조지폐는 맞는데, 화폐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없다!" 

노회찬은 이 우스꽝스러운 작태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이어진 누리꾼들의 재치는 그 정확한 지적에 씁쓸함마저 느낀다.
"술은 먹었으나 음주운전은 안했다"는 말로 연예활동을 중단한 김상혁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대한민국 법치의 현실 역시 안타까울 뿐이다.


"돈은 받았지만 당선무효는 아니다"

"판결은 했지만 헌법과 양심에 따른 것은 아니다." - 하얀새

"4대강을 죽여도 강이 없어진 것이 아니므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 커디어스

"강물을 막고, 강바닥을 파지만 대운하는 아니다!" - 케이프타운

"서민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지만, 친서민 정책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 - 빼빠

"대통령이 됐지만, 대통령이 아니다." - 달팽이

"낳아준 건 맞지만, 당신이 내 아빠가 아니다."

"내가 너를 낳았지만, 나는 네 엄마가 아니다."

"물건은 훔쳤지만, 절도죄는 아니다."

"강제로 너의 몸은 만졌지만, 성추행은 아니다." 

"대리시험으로 서울대 합격했지만, 그 합격은 유효하다." - 폐인28호

"간첩질은 했으나, 간첩은 아니다." - 들사람 얼

"강간은 불법이나, 이미 저질렀으니 무죄다." - 루카토

"한일합방은 절차상 문제가 있었지만, 무효는 아니다." - 짱구단심

"당선은 됐지만 대통령은 아니다!"

 

by shure | 2009/10/30 22:05 | 트랙백(1) | 덧글(3)

디스트릭트9 _ 탐욕과 위선의 '게토' 탈출기

스틸이미지


디스트릭트9

감독_ 닐 블롬캠프 / 출연_ 샬토 코플리, 바네사 헤이우드

 

새로운 SF란 이런 것이다. 한계를 넘어 선다는 것은 화려한 CG로 시각적 쾌감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다. ‘공상에 그치던 과학영화(SF)'의 안일함을 ’현실을 향한 날카로운 시선으로 극복하는 과정이다. <디스트릭트9>을 이전의 SF영화와 다른 ‘디스트릭트’에 놓는 이유다.

28년 전,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은 ‘디스트릭트9’이라는 수용소에 격리되었다. 이들의 범죄가 제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자, 정부는 MNU라는 외계인관리기구를 동원해 외계인을 강제 이주하기로 결정한다. 이주의 책임을 맡은 비커스(살토 코플리)는 작전 수행 중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서서히 외계인으로 변해간다. 영화는 다큐멘터리 기록과 극 형식을 오가며 인간과 외계인의 경계에 놓인 비커스를 쫓아간다.  

인간에게 우주는 외계 생명체의 위협을 제어하고, 그들의 능력을 갈취하는 기회의 장이다. 하지만 기회는 곧 탐욕을 불러오고, ‘공존’을 거부한 인간은 이용가치가 없는 ‘잉여세력’을 격리 시킨다. 전 세계의 탄압받는 소수민족, 무자비한 재개발 논리에 거주지에서 쫓겨나는 철거민들의 아픔이 격리된 외계인에게서도 나타난다. 

이들의 DNA를 얻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려는 탐욕은 외계인 보다 더 외계인 같은 인간을 만들었고, 그와 싸우는 외계인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다. 비커스는 인간에서 외계인으로 변해가며 ‘희생’의 숭고함을 보여준다.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이다.  

인간의 몸과 과학에 대한 맹신이 산산조각 난 뒤, 외계인들이 왜 그토록 자신들의 행성으로 돌아가려 했을지 궁금해진다. 결국 ‘지구’라는 별이, 이 모든 탐욕과 위선을 격리해 놓은 우주의 ‘게토’이기 때문은 아닐까 되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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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주(movie universe)에 ‘지적인’ 외계 생명체가 있음을 증명한다”는 평은 이 촉망되는 신인감독의 영민함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물론 그 곁에 제작자 피터 잭슨이 있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외계인이 뉴욕이나 워싱턴이 아닌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로 온 것 역시 매우 지적인(?) 변화다. 
 

스틸이미지 


by shure | 2009/10/21 20:19 | 트랙백(1) | 덧글(7)

롤러코스터

인간의 삶을 설명하는데 '롤러코스터'만한 것도 없다. 매 순간 변화하는 감정의 진폭이 그와 같고, 끊임없는 긴장이 가져다주는 피로가 그러하다.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것 같다가도 이내 레일과 붙은 몸통의 한계치를 절감하고 아래로 떨어지고마는 굴곡 역시 인생을 닮았다. 똑같이 레일위를 움직이지만, 직접 바퀴를 굴리는 자전거 기구는 5분내에 승부를 내는 롤러코스터의 인기를 따를 수없다. 사람들은 그 속도와 긴장이 주는 짜릿함을 외면하기 힘들고, 위험을 감수할 마음의 준비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는 결국 자전거의 폐달을 멈추고 롤러코스터의 안전바를 믿고 스피드와 텐션을 즐기라는 고도의 유혹인 것이다.  

물론 스피드와 텐션이 필요없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롤러코스터의 기본 개념들을 확립한 롤카치는 <롤러코스터의 이론> 서두에서 이렇게 말했죠. "스피드도, 텐션도 없이, 그냥 별이 빛나는 하늘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던 레일을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해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레일을 환희 비춰주던..." 하지만 자본주의가 공고화되면서 코스터는 롤러코스터로 진화했고 점점 더 스피드와 텐션이 롤러코스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김연수 <마지막 롤러코스터>


문제는 스피드와 텐션이 탑승객의 만족을 높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극도의 위해를 가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다. 잠시나마 레일을 벗어나고 싶은 '플라잉' 롤러코스터, '행잉' 롤러코스터의 등장은 더 큰 위험과, 그에 따르는 스릴을 약속한다. 그 치명적인 매력을 탐하는 순간, 소설 속 '재인'의 심장은 멎었고 그는 이제 더 이상의 오르내림 없는 평탄한 길을 '이승'이 아닌 어딘가에서 걷고 있을 것이다. 재인은 '이상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이상에 도달하는 것'을 원했고 안타깝게도 그가 도달한 이상(롤러코스터의 열세번째 코너인 '도살자의 갈고리')은 그가 견딜 수 없는 한계점이었다.

게임의 설계자는 '스피드와 텐션 없이 어떠한 롤러코스터도 없다'고 외친다. 스스로에 대한 아무런 진단 없이 그 속도와 긴장의 극점에서 죽음을 맞이하려는 이 시대의 수많은 '재인'들에게 다른 선택은 없다. 오랜 기다림을 통해서라도 이 기구에 오르는 수밖에.



by shure | 2009/10/13 01:52 | 트랙백 | 덧글(5)

복제시대

"반복되는 일상 속, 아침 지하철에서의 사고 하나로 작은 뒤틀림이 일어난다. 동일성의 주인인 '그'의 직업은 대학의 복사실에서 문서를 동일하게 복사하는 일이다. 복제시대. 주인공은 남겨진 제본도서를 읽고, 제본책은 같은 표지와 색감 때문인지 내용과 분야가 각기 다름에도 모두 비슷해 보인다. 아우라의 붕괴는 필연적이다. 
21세기 '그'가 20세기 부조리의 인간과 다른점은 이 단조로운 삶과 마주하여 '왜'라고 의문을 제기하거나 이 기계적인 생활을 되돌아보며 '권태'를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권태를 통하여 의식의 각성에 이르는 것 같지 않다. 그는 언제나 같다는 것. 그것 때문에 "낮게 한숨을 내쉬었으나 이내 언제나 같아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한숨을 거둬들였다" 그의 복사실에서는 한숨또한 복사된다."


<동일한 점심 _ 편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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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 시대, 복제인간 선언을 했다.
"주류에서의 탈락에 대한 불안이, 20대의 어느 공간에도 여백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 같다.


불안의 공유는 전염병처럼 퍼져나간다. 가장 직접적인 것은 불안에 놓인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이고, 표정없는 얼굴이 소리내는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지하철의 몇번째 칸에서, 식당 아주머니가 퍼주는 밥을 통해서, 복사대 아저씨가 전해주는 제본도서 안에서. 혹은 매일같이 주고받는 문자를 통해서도 복제된 불안은 전해진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똑같은 밥과 책을 나눠주는 식당 아주머니와 복사대 아저씨는 영양과 지식의 보급소인 동시에 이 복제된 불안의 전파 책임을 띤 첨병이라는 의심에 이른다. 그래도 바깥밥을 먹는 것 보다, 새 책을 사는 것보다 저렴하기에 이들을 마주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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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건물밖으로 나와 벤치에 앉았더니, 예고도 없이 싸늘해진 바깥공기에 몸을 움츠리게 된다. 사람구경을 하러 학교를 한바퀴 돌고 조금의 온기를 얻는다. '낮게 한숨을 내쉬었으나 이내 언제나 같아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한숨을 거둬 들였다'









by shure | 2009/10/08 00:57 | 트랙백 | 덧글(2)

어쨌든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간다.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믿을 수 없지만, 그러면서도 어느쪽도 어떤 상처도 남기지 않아, 겉으로는 전혀 표가 나지 않고, 서로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듯한, 기막히게 완벽한, 그야말로 결백하고, 명랑한 불신의 사례들이 인간 생활에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는 인간들이 서로 속인다는 일에 별 흥미를 느끼지 않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나야말로 아침부터 밤까지 '우스운 행동'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있는 거니까요"


"아침에 눈늘 뜨자마자 벌떡 일어난 나는 또다시 경박하고 가식적인 '우스운 배우'로 되돌아온 나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겁쟁이는 행복조차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목화 솜에도 상처를 입습니다. 행복에 상처 입을 수도 있는 겁니다. 상처받기 전에 빨리, 이대로 헤어지고 싶다는 초조감에서 예의 '우스운 행동'으로 연막을 쳤던 겁니다"


"이젠 내겐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그저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갑니다.
내가 지금까지 그렇게 몸부림치며 살아왔던, 이른바 '인간'세상에서 단 하나 진리라고 생각한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단지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간다.
나는 올해 스물일곱이 됩니다. 흰머리가 눈에 띄게 늘어 사람들은 40대 이상으로 봅니다"


<인간실격_다자이 오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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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우스운 행동'으로 연막치기. 
둘,  들키지 않고, 창의와도전과혁신과상호존중의 가치를 지닌 '인재'로 거듭나기, 그런척하기.

'요조'의 인간실격은 50년이 지나서도 충실히 재현된다. 요조는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으로 세상의 허무와 맞섰다.  지금 이 순간이 불편한 것은 인간의 '격'을 잃고, '급'을 나누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 지금의 낮은 '급'이 높아질 수 있겠지만, 잃어버린 '격'을 다시 찾을 것 같지는 않다. 허무에 맞서 나를 파괴할 용기도 없다면 '우스운 행동'으로 연막을 치는 기술을 익힐 따름이다.

어떤 조건을 따르고 어떤 기회를 쫓든간에 100% 만족이 없을 것은 확실하다. '단 하나 진리인 것은_모든 것은 스쳐 지나간다는 것' 
해봤더니 별거 없더라는 '허무'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각오가 필요하다. 어쨌든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간다.




by shure | 2009/10/06 02:30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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